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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메카’ 여의도에 제조업체 본사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20일 세빌스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여의도권역(YBD)에 소비재기업 P&G코리아, ‘캐리어 에어컨’ 오텍그룹의 오텍캐리어·오텍캐리어냉장, 화장품 제조업체 더스킨마스터와 화성코스메틱, 텀블러제조업체 써모스코리아 등이 줄줄이 새 사무실을 마련했다.

P&G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SI타워에서 IFC(서울국제금융센터)2로, 오텍캐리어는 강남구 전기공사공제조합빌딩에서 IFC3로 각각 사무실을 옮겼다. 더스킨마스터는 서울 마포구에서 전경련회관(FKI)으로 이사했고, 경기 부천에 본사를 둔 화성코스메틱은 IFC2에 해외판매 전담 사무실을 새로 만들었다. 써모스코리아는 서울 종로구 SC은행빌딩에서 전경련회관으로 이사했다. 강남과 마포, 종로 등에 있던 제조업체 본사가 여의도로 모인 것이다.

금융지구 여의도에 제조업체 본사가 속속 들어오는 이유로는 공급 증가로 여의도권역 오피스 임대료가 다소 싸진 것이 주로 꼽힌다. 2011~2012년 입주한 IFC 3개동(棟)은 각각 32층·29층·55층으로 대규모다. 2013년 입주한 전경련회관도 50층으로 규모가 만만찮다.

세빌스에 따르면 도심권역(CBD)과 강남권역(GBD)은 2017년 이후 최근 3년간 꾸준히 임대료가 올랐는데, 여의도권역은 같은 기간 상승과 하락을 오갔다. 그러면서 ‘임대료 할인’ 마케팅이 불붙어 임차사 입장에선 호재로 작용했다.

한 빌딩중개업소 관계자는 "IFC는 렌트프리(Rent Free·무상 임대)가 3개월인데 핏아웃(Fit Out·인테리어 공사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이 5개월로 넉넉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렌트프리가 5개월 정도인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테넌트 임프루브먼트(TI·인테리어비용 지원)도 3.3㎡(1평)당 100만원으로 도심권역이나 강남권역보다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여의도권역 월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기준 3.3㎡당 약 8만원이었다. 강남권역은 약 9만6000원, 도심권역은 약 10만9000원이었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팀 상무는 "여의도권역은 타권역 대비 임대료가 낮은 데다 최근 공급이 증가하면서 임차사에 유리한 조건을 여럿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사무실을 옮긴 제조업체 중 외국계가 많은데, 계열사와 같은 빌딩을 쓰려는 등의 이유로 사무실 이전에 소극적인 국내 기업보다 외국계 기업이 본사 이전에 유연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앞서 여의도권역에선 이런 이유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새 사무실을 차리기도 했다. 2018년 스위스계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서울 중구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IFC3로 이사했다. 2017년엔 유전체 분석기업 일루미나가 KTB빌딩에 새 사무실을 마련했고, 부산에 본사를 둔 신라젠이 한국HP사옥(현 오투빌딩)에 서울지사 사무소를 차렸다.

세빌스에 따르면 여의도권역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9.4%였다. 공급 과잉으로 10~25%를 오갔던 2014~2018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올해는 파크원과 KB금융타운, 여의도우체국 등 대형 오피스 입주가 줄줄이 예정돼 공실률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임대료가 더 낮아지면 여의도 업종 다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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