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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피하자” 일반분양 줄이는 재건축 단지…조합 보유분 ‘보류지’ 일반분양가 두 배 팔아

알린다 2020. 4. 27. 11:15

통상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는 일반분양 물량이 많을수록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 중에는 일반분양 물량을 최대한 줄이는 곳이 눈에 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와 7월 말부터 시작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자 대신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보류지(임의분양) 물량을 최대한 늘리는 분위기다.

보류지는 정비사업을 통해 분양한 사업지에서 착오로 조합원 물량이 누락되는 경우 등에 대비해 가구 중 일부를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물량이다.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보류지로 남겨놓을 수 있고 이는 조합 의무사항이다. 조합은 일반분양에 앞서 보통 10~20가구 정도만을 보류지 물량으로 빼놓는데 최근에는 이들 조합이 보류지 물량을 최대한 남기는 전략을 쓰고 있다.

주택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2월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통해 보류지를 29가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합은 2018년 4월 최초 관리처분인가에서 전용 59㎡짜리 25가구를 보류지로 정해뒀는데 이번 변경안을 통해 59㎡ 3가구와 중대형 1가구 등 총 4가구를 보류지로 빼놓기로 했다. 보류지가 늘어난 만큼 일반분양 물량은 줄어든 셈이다.

앞서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래미안원베일리’로 다시 짓는 재건축조합도 일반분양 물량을 통매각하기로 한 계획이 불발되자 일부 물량을 보류지로 돌렸다. 2018년 7월 처음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을 때만 해도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조합은 보류지 물량을 전혀 설정해두지 않았는데 이번에 26가구를 새로 설정한 것이다. 여기에 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1+1 분양권’을 추가로 접수했는데 그 결과 래미안원베일리의 일반분양 물량 역시 당초 225가구보다 3분의 1가량 줄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보류지 물량을 25가구에서 29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윤관식 기자>

▶원베일리·개포1, 보류지 29가구로

HUG와 분양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분양 일정이 또다시 불투명해지자 최근 “보류지를 29가구까지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합은 현재 보류지 19가구를 설정해뒀다.

정비사업 조합들이 보류지 확대에 나선 것은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류지는 통상 입주 1~6개월 전부터 공개 입찰 방식으로 처분되는데 조합이 정하는 최저 금액 이상으로 최고가를 써낸 입찰자가 낙찰받는다. 일반분양 물량과 달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HUG의 분양가 심사 등 규제를 받지 않고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예전에는 만약을 위해 최소한의 물량만 남겨뒀던 보류지가, 이제는 정부가 정해주는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선택지가 되면서 보류지를 선호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분양가 심사 기준이 부동산 업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HUG가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보완해 분양가를 다소 높여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는 한다. 심사에 활용하는 비교사업장과 평가사업장의 단지 규모(가구 수), 아파트 브랜드, 대형마트·지하철역·초중고등학교와의 거리 등 입지를 따져보고, 가중치를 부여해 분양가를 제시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은 고분양가관리지역에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 최고 분양가의 100% ▲분양한 지 1년 넘은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105% ▲준공한 지 10년 이내인 아파트만 있을 때는 해당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에 주택가격 변동률을 반영한 금액 또는 해당 시의 최근 1년 평균 분양가 이내 등으로만 분양가를 산정했었다. 서울시 전체와 경기 과천·하남·광명 등이 고분양가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가가 현실에 맞지 않게 억제된다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 불만이 크다.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조합이 제시한 분양가(3.3㎡당 3550만원)와 HUG가 제시한 분양가(3.3㎡당 2970만원) 사이에서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합은 일단 HUG의 심사 기준에 최대한 협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만약을 대비해 보류지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목소리가 조합원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다.

보류지가 일반분양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은 맞다. 최저 입찰가를 정해두기는 하지만 결국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 나온 보류지 아파트 5가구가 총 78억600만원에 모두 팔렸다. 당시 조합이 제시한 최저 입찰가는 ▲전용 39㎡C 9억6000만원 ▲전용 84㎡L 14억9500만원 ▲전용 84㎡F 15억500만원 ▲전용 110㎡ 18억6700만원 등이었는데 2015년 최초 분양 당시 전용 84㎡가 8억~9억원대에 일반분양된 점을 감안하면 보류지 가격이 훨씬 비쌌다. 최근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이 진행한 ‘디에이치아너힐즈’ 보류지 아파트 전용 84㎡ 2가구는 각각 27억6000만원과 29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2016년 분양 당시만 해도 12억~14억원대에 분양했던 물건이다. 앞서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12월 20일 실시된 보류지 매각 당시에는 전용 106㎡가 4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2016년 분양 당시 이 평형대 분양가는 17억~19억원이었다. 일반분양으로 공급하는 대신 보류지로 몇 년 더 보유하고 2배 높은 가격에 팔았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보류지 아파트가 일반분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속속 낙찰되는 이유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보류지가 꽤 매력 있는 덕분이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청약가점이 낮은 실수요자가 내집마련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최저 입찰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는 법원 경매와 달리 보류지 경쟁 입찰 때는 통상 1000만~2000만원가량을 보증금으로 내면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사업성을 높일 요량으로 보류지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보류지는 조합이 마냥 확대할 수는 없다. 전체 가구 수의 1% 이내로만 설정할 수 있고, 1% 범위 내에 설정한다 해도 보류지가 30가구를 넘을 경우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뒤 청약 형식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분양가를 조합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30가구 미만일 때만 조합이 임의로 분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규모 단지 재건축 조합들이 30가구 이상 보류지를 설정하기보다는 29가구를 최대치로 보는 이유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조합이 보류지를 처분하는 시점에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 기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며 “보류지라는 제도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분양 물량 착오나 소송 등을 대비하는 데 있다”고 조언했다.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sc=50000003&year=2020&no=408760&relatedcode=

 

“규제 피하자” 일반분양 줄이는 재건축 단지…조합 보유분 ‘보류지’ 일반분양가 두 배 팔아 - 매경이코노미

통상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는 일반분양 물량이 많을수록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 중에는 일반분양 물량을 최대한 줄이는 곳이 눈에 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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